[뉴스락]  건설사 도급순위 9위(지난해 기준)에 자리 잡은 롯데건설이 안팎으로 홍역을 앓으면서 위태로운 한자릿대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얼어붙은 국내 건설주택시장 속 지난 2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마저 법정구속 되면서 오너 부재 속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롯데건설은, 하석주 사장의 본격 해외시장 진출계획을 통해 새로운 반등을 도모 중이다.

이는 부실공사 누적벌점 1위, 각종 갑질 논란, 압수수색 등 불명예와 악재가 겹친 내수 시장만 두고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낙관할 수 없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하 사장은 뚫리지 않는 방패와 같던 중동 시장을 과감히 포기하고 동남아 시장으로 사업영역을 우회해 매출 상승이라는 호재를 맞이했지만, 이를 주도하는 하 사장 본인도 현재 ‘300억대 비자금 혐의’로 항소심에 휘말려있는 부분은 큰 불안요소로 꼽힌다.

이와 동시에 여타 대형건설사들 역시 동남아 시장으로 뛰어들면서 롯데건설은 또 한 번 수주전쟁을 치러야 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 하석주 롯데건설 사장(오른쪽)

◇ 돌파구 ‘동남아 시장 수주’, 오너·대표 리스크 발목

롯데그룹은 지난 2월 신동빈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70억원대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되면서 오너 리스크에 빠졌다.

신 회장은 뇌물혐의 이외에도 경영비리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롯데일가의 시름은 더욱 깊어졌다. 

지속적으로 오너 리스크가 거론돼오다 결국 오너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상황에서 계열사 롯데건설은 반등을 위해 지난해 김치현 사장을 경질, 하석주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전격 임명하고 새로운 도약을 모색했다.

하 사장은 지난 1월 신년사에서 “해외 사업은 올 한해 가장 중요한 전환의 계기를 맞아야 할 것”이라며 올해 슬로건을 ‘글로벌 롯데건설을 향한 기반을 닦는 해’로 정하는 등 포부를 드러냈다.

롯데건설은 하 사장을 중심으로 녹록치 않던 중동 시장을 포기하고 동남아 시장으로 사업영역을 변경해 수주 8조원, 매출 6조1000억원의 목표를 세웠다.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랜드마크로 주목받고 있는 롯데건설의 ‘코타 카사블랑카3’(최고 43층 높이 아파트와 오피스 건물)가 현재 입주를 앞두고 있으며, 지난 2일에는 인도네시아 VIP(Vasanta Indo Properti) 그룹과 현지 사우마타 프리미어 공동주택 개발사업을 위한 공동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분양 매출액 107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일주일 뒤인 지난 9일에는 일본 마루한그룹이 발주한 570억원 규모의 캄보디아 사타파나(Sathapana)은행 본점 신축 공사를 수주했다.

적극적인 동남아 시장 수주와 경영 안정화 작업을 토대로 롯데건설은 올 1분기 매출 1조3241억원, 영업이익 1157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9%, 17.8% 늘어난 성과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롯데건설 해외 부문 실적 추이’에서도 2016년 해외 매출 2884억원, 영업이익 156억원에서 지난해 매출 3976억원, 영업이익 281억원으로 성장했다. 이는 2016년 대비 각각 37.9%, 80.1% 성장한 수치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반쪽짜리 성과라는 지적을 한다. 동남아 시장 행보에 비해 수출 텃밭인 중동 지역 수주는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롯데건설은 2015년 중동 수주 0건을 기록하는 등 중동 수주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국내 건설사 전체로 범위를 확대해도 중동의 경우 지난해 84억 달러에서 올해 37억 달러로 56% 급감했다. 그나마 아시아가 32억 달러에서 78억 달러로 143% 급증해 전체 적자를 충당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가가 상승하면서 당초 중동 수주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 원화강세 등의 이유로 중동 리스크가 커지면서 수주 회복이 되지 않고 있다”며 “건설사들이 장기적으로 해외수주에 성공하려면 중동 시장은 놓칠 수 없는 사업영역”이라고 말했다.

하 사장의 불안한 신변도 롯데건설 행보에 불안감을 더한다. 현재 하 사장은 이창배 전 롯데건설 사장과 함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당초 1심에서 이 전 사장은 징역 2년과 벌금 16억원을 선고받았고, 하 사장은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검찰이 불복해 항소했다.

이들은 지난 2002년 1월부터 2013년 4월까지 73개 하도급업체에 공사대금을 부풀려 지급한 후 돌려받는 등의 수법으로 비자금 302억원을 조성하고 이를 빼돌려 로비자금 등에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만약 하 사장이 실형을 선고받게 될 경우 하 사장 중심으로 해외수주를 적극적으로 행해오던 롯데건설의 행보에 적신호가 켜지는 셈이다.

부실시공 누적벌점 순위 자료/사진=이원욱 의원 블로그
롯데건설 해외 부문 실적 추이/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

◇ 국내 시장 내 연이은 악재와 지속되는 부실공사 논란, '부실시공 누적벌점 1위' 불명예

국내 건설시장 매출이 전체의 90%에 달하는 롯데건설 특성상 해외수주에 앞서 국내에서의 안정적 입지는 필수지만 평판이 좋지 못한 상태다.

롯데쇼핑은 지난달 27일 아울렛과 롯데시네마 등 문화시설이 결합된 대규모 쇼핑시설 ‘롯데몰 군산점’을 개점했다. 롯데건설이 시공을 맡아 1300억원의 공사비가 들었지만 개점 초기부터 악재가 겹치고 있다.

롯데몰 군산점은 지역 주민과의 상생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채 개점을 강행해 중소기업벤처부에 의해 일시적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데 이어 부실공사 논란마저 불거지고 있다.

개점 후 10일째인 지난 6일 4층 영화관 입구 천장을 비롯해 직원 출입구와 푸드트럭 판매장 등 곳곳에서 누수가 발생했다.

지역 주민들은 “개점을 무리하게 앞당기기 위해 부실공사를 했다”며 비난했고 시공사 롯데건설은 “하자보수와 더불어 전반적 안전점검을 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지난 3월에는 경북 구미시 도량동 롯데건설 재건축 아파트 현장에서 부실공사가 발생했음을 인지하고도 뒤늦게 재시공한 사실이 밝혀졌다.

롯데건설은 구미시 도량동 1·2 주공아파트 재건축 공사를 하며 최근 도면설계변경에 따라 102동 지하주차장 승강기 기둥 위치를 변경하는 작업을 했다.

이 과정에서 규정대로라면 바닥에 깊이 260㎜가량의 구멍을 뚫고 철근과 콘크리트를 접착시키는 약품을 투입했어야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90~150mm만을 뚫은 채 시공했다.

이 사실을 해당 공사장 인부가 지난 1월 확인했지만 롯데건설 측은 이를 미루다 2월 중순이 돼서야 보수작업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앞서 지난해 6월에 해당 공사현장 감리업체에 의해 발견된 수직철근 두께 미달 관련 재시공 명령 역시 올 2월 중순에 이행한 것으로 드러나 비난을 받았다.

여러 해 전부터 이어진 부실공사 논란 때문일까. 롯데건설은 지난해 기준 부실공사 누적벌점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2015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건설기술진흥법상 부실시공 등으로 인해 벌점을 부과받은 업체 중 누적 부실 벌점 1위(23건, 26.77점)를 기록했다. 계룡건설(18건, 24.96점), 포스코건설(26건, 21.01점), 현대건설(19건, 16.08점) 등이 뒤를 이었다.

시공 외의 과정에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강남 재건축 수주전 당시 조합원들에게 금품·향응을 제공한 혐의로 같은 해 10월 경찰의 본사 압수수색을 받은 바 있으며, 지난 4월에는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재개발 공사 현장의 사측 직원이 근로자에게 300만원 상당의 술값을 요구해 갑질 논란도 불거졌다.

최근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면서 검경이 잠실 제2롯데월드 허가 및 건축 과정에서 롯데건설과 당시 정권 간의 유착 의혹에 주목하고 있는 등 롯데건설이 국내 건설시장에서 헤쳐 나가야 할 과제는 산적하다.

창원 마산회원구 롯데건설 재건축 공사현장 직원이 근로자를 상대로 술값을 요구해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사진=민주노총 경남도본부 제공

◇ 오너리스크 극복, 국내 시장 완화, 해외수주 ‘성공 3박자’ 이뤄야 하는 롯데건설

근본적으로 국토가 좁고 국내 시장의 경쟁이 절정에 다다른 시점에서 해외수주의 성공은 롯데건설에게 최후의 보루이자 돌파구와 같지만 내외적 갈등으로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동남아 시장 수주에 주력함과 동시에 중동 수주는 점점 멀어져가고 있고, 국내 대형건설사들 역시 하나둘 동남아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해 해외수주 면에서 비교적 규모가 작은 롯데건설에게는 또 하나의 넘어야 할 산이 생기게 된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롯데건설에서 가장 좋은 경쟁력을 갖춘 주택부문을 토대로 동남아 시장 주택사업에 주력하고 있다”며 “현지 디벨로퍼(developer)와의 협력 체계 강화 등 계획을 수립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 시장 진출 전략에 대해서 관계자는 “현재 중동 수주엔 각종 리스크가 따르고 있어 직접적인 계획은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롯데건설의 국내 상황을 볼 때 우선적으로 오너리스크를 극복해 국내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지고, 발빠른 실천으로 해외수주에서 살아남는 이른바 ‘성공 3박자’를 모두 갖추게 돼야 궁극적으로 도약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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