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최근 방영된 일본 지상파 TBS 드라마 '아이 러브 유'에서는 자막 없이 한국어가 흘러나오고, BTS 정국은 미국 빌보드 '핫 100' 19주 연속 차트인을 했다. 이처럼 한류 열풍이 전세계에 큰 영향력을 미치며 '한국 상품'들도 덩달아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각종 산업군에서는 고물가 상황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내 제품들이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실적 악화를 방어했다. 다만 해외에서 유통되는 자사 모방 제품이 우후죽순 생기거나 상표를 베끼는 등 특허권을 침해하는 행위도 빈번해져 많은 업체에서 골머리를 앓는 상태다.

이에 <뉴스락>에서는 해외 기업들과 각종 소송을 진행중인 국내기업을 살펴보며 향후 K-유통업계의 향방을 알아보고자 한다.

서울 강남구 서울세관에서 세관 직원들이 일명 '짝퉁'으로 불리는 지식재산권 침해 물품을 살펴보고 있다. 관세청은 지난해 11월 국내로 수입되는 지식재산권 침해 물품을 단속한 결과 142,930점을 적발했다. 
서울 강남구 서울세관에서 세관 직원들이 일명 '짝퉁'으로 불리는 지식재산권 침해 물품을 살펴보고 있다. 관세청은 지난해 11월 국내로 수입되는 지식재산권 침해 물품을 단속한 결과 142,930점을 적발했다. 

짝퉁에 골머리 앓는 기업들

최근 국내에서는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발 이커머스가 국내에 상륙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정부는 소비자들이 안전한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중국발 이커머스 플랫폼에 대한 대대적인 짝퉁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다만 온라인 내 짝퉁 단속에 비해 오프라인 중심의 K-브랜드 짝퉁 단속은 더디게 진행되며 해외 K-브랜드 위조상품, 상표 무단선점 등 해외 특허분쟁에 휘말린 수출기업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가별 해외 상표 무단선점 피해 상위 5대 업종. 특허청 제공. [뉴스락] 

2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한국지식재산보호원 등에 따르면 중국 현지 기업들이 한국 브랜드에 대한 상표권 무단선점 피해 의심 사례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만4132건으로 확인됐다.

특허청 확인 결과 업종별로는 화장품, 전자기기, 의류, 가맹점, 식품 등 5대 업종의 해외 상표 무단선점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0년 이후 중국 정부는 상표법 개정 등을 진행해 상표권 피해를 최소화시키려고 하고 있으나 여전히 중국 내에서는 상표권 도용이 지속되고 있다.

aT 관계자는 "중국은 한국에 비해 상표권 등록 심사 기간이 짧다"며 "특히 중국 내에서는 많은 상표권 브로커들이 활동하고 있어 무단선점 문제가 심각하다"고 언급했다.

국내 빙수 프랜차이즈 업체 설빙 사진. 설빙 제공 [뉴스락]
국내 빙수 프랜차이즈 업체 설빙 사진. 설빙 제공 [뉴스락]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상표권 피해 기업으로는 한국의 빙수 프랜차이즈 '설빙'을 손꼽을 수 있다. 설빙은 상표권을 도용당하며 브랜드 이미지 훼손과 함께 매출 피해와 기회손실 등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

2013년 오픈한 '설빙'은 국내에서 1년 만에 가맹점 490개를 달성하는 등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며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에 힘입어 설빙은 해외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2015년 '상해아빈식품'과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해당년도에 설빙은 중국 당국으로부터 설빙과 유사한 '설빙원소'라는 상표권이 중국 내에 출원된 상태라는 이유로 상표권 등록을 거부당했다.

'설빙원소'는 설빙의 메뉴 분 아니라 진동벨과 직원들이 착용하는 유니폼, 매장 내부 및 외관등 설빙으로 오해하게끔 도용해 영업했다. 뿐만 아니라 설빙과 계약을 체결한 상해아빈식품을 시장감독관리국에 신고하며 중국 내에서 정상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막기도 했다.

이에 설빙은 2020년 6월 '설빙원소'가 자사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상표권 무효 심판을 제기했고 중국 상표평심위원회는 설빙원소를 무효 심결했다.

사진=파리바게트
파리바게뜨 카페 사진. 파리바게뜨 제공. [뉴스락] 

현재 중국에서 몸집을 불리고 있는 SPC그룹의 파리바게뜨 역시 상표권 시비에 휘말리며 중국 사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2004년 파리바게뜨는 상하이시에 '빠리베이티엔'이라는 중문명으로 1호점을 오픈했다. 이후 2017년 중국의 상표권 브로커가 발음은 똑같으나 표기만 다른 상표를 출원해 파리바게뜨와 가맹업체를 대상으로 소송을 걸었다.

해당 상표권 브로커는 파리바게뜨 상표의 '파리'라는 단어가 프랑스업체가 자국산 제품을 판매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이유로 상표권 취소를 주장해 중국 현지에서 법정 공방이 진행되기도 했다.

이후 파리바게뜨는 2020년 12월 베이징 고등인민법원으로부터 중국 상표법을 미위반했다고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외 중국 상표분쟁 승소 세부 내용. 특허청 제공. [뉴스락] 

상표권뿐 아니라 유명 식품기업의 제품 디자인을 모방해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업체도 등장했다.

중국의 태양초식품유한공사와 정도식품유한공사는 한글로 '사나이'라고 적힌 브랜드를 만들어 불닭볶음면, 하얀설탕, 쇠고기다시다 등을 모방해 한국 기업이 판매하는 상품인 것처럼 시중에 내놓았다.

해당 업체에서 판매하던 '마라화계면'은 검은색 포장지에 닭을 형상화한 캐릭터가 불을 뿜는 그림까지 불닭볶음면을 그대로 따라했다. CJ제일제당의 '백설 하얀설탕'은 '한국수입 하얀설탕'으로 둔갑했고, '쇠고기 다시다'는 '쇠고기 우육분'이라는 제품명으로 바꾼 뒤 한글 설명까지 부가적으로 추가했다.

중국 내 상표 무단선점 피해 증가에 대해 대전광역시 동구의회 소속 박영순 의원(새로운미래)은 "중국 등 외국에서 우리나라 기업 브랜드를 무단선점해 우리 기업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며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고 분쟁에 대응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실효성 있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짝퉁에는 '소송'으로 "맞짱"

기업과 나라간 '상호협력'도 진행

좌측 오롤리데이 정품 상의, 우측은 중국에서 상표권을 무단도용해 만든 위조품. 오롤리데이 제공. [뉴스락] 
좌측 오롤리데이 정품 상의, 우측은 중국에서 상표권을 무단도용해 만든 위조품. 오롤리데이 제공. [뉴스락] 

짝퉁 상품에 대한 기업의 보편적인 대응방법은 '소송'이다.

'못난이삼형제'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캐릭터 브랜드 '롤리조쓰컴퍼니'는 2021년 중국 시장을 진출하기 위한 준비 과정에서 오롤리데이 상표권 31개를 비롯해 10건의 저작권을 무단선점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롤리조쓰컴퍼니는 중국 대련 및 청도에 소재한 업체 4곳에 대해 2020년 12월부터 저작권 10개에 대한 민사소송과 더불어 중국 업체의 31건 무단선점 상표에 대한 이의신청과 무효심판을 진행했다.

이에 지난해 10월 중국 산둥성 칭다오시 중급인민법원은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에 대한 1심 소송에서 중국 업체들이 100만 위안(약 1억8천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하며 롤리조쓰컴퍼니의 손을 들어줬다.

K푸드 모방 사례. 이양수 의원실 제공. [뉴스락] 

식품업계에서는 짝퉁 제품 전문 업체에게 공동으로 침해 소송을 이어가며 '첫 공동대응'을 하기도 했다.

지난 2021년 12월 앞서 언급한 짝퉁 식품을 만들어 판매한 중국의 청도태양초식품, 정도식품에게 국내기업인 CJ제일제당, 삼양식품, 대상, 오뚜기 등 4개 업체는 한국식품산업협회과 함께 'K-푸드 모조품 근절을 위한 공동협의체'를 구성해 지식 재산권(IP) 침해 소송을 걸었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에 대해 소송을 일으켰으며 CJ제일제당은 다시다·설탕·소금, 대상은 미원·멸치액젓·미역, 오뚜기는 당면 등에 대해 IP 침해 소송 7건을 동시에 제기했다.

이 가운데 5건에 대해 중국 법원은 모조품의 유사성을 인정하고, 중국 업체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으며 한국 기업에게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짝퉁 상품을 만들었던 중국 업체는 CJ제일제당에 대해 25만 위안(약 4천491만 원), 삼양식품에 대해 35만 위안(약 6천287만 원), 대상에 대해 20만 위안(약 3천593만 원)을 배상하게 됐다.

좌측부터 이경재 오리온 대표이사와 쩐 흥 베트남 시장관리국 부국장이 오리온·베트남 지식재산 협력단 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리온 제공. [뉴스락] 
좌측부터 이경재 오리온 대표이사와 쩐 흥 베트남 시장관리국 부국장이 오리온·베트남 지식재산 협력단 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리온 제공. [뉴스락] 

짝퉁 근절과 관련해 기업과 나라가 상호협력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2015년 7월 오리온은 베트남의 한 업체가 무단으로 초코파이라는 상표로 제품을 만들어 동남아 국가와 인도 등으로 수출하는 사실을 인지했다.

이에 오리온은 베트남 지적재산권조사기관(VIPRI)에 상표권 침해 여부에 대해 확인 요청을 진행한 뒤 상표권 침해를 받고 있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다.

다만 베트남 업체는 침해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오리온을 상대로 베트남 특허청(NOIP)에 초코파이 상표권 취소 심판 소송을 진행했다.

베트남 특허청 조사 결과 '초코파이'는 오리온이 독점적이고 배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상표권이라고 판정됐다.

이후 2018년 쩐 흥 베트남 시장관리국 부국장 등으로 구성된 베트남 지식재산협력단이 서울 오리온 본사를 방문해 관계자들을 만나 간담회를 열고, 한국 기업의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상호협력을 약속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오리온 브랜드를 무단 도용한 제품들로 국내외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상표권 보호 체계를 강화해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민관 공동대응 협의회' 출범으로 "사전대응 강화"

지식재산권 보호 업무협약식 사진. 한국패션산업협회 제공. [뉴스락] 
지식재산권 보호 업무협약식 사진. 한국패션산업협회 제공. [뉴스락] 

짝퉁과의 특허전쟁으로부터 정부와 업계는 사전대응을 강화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특허청은 한국지식재산센터에서 한국지식재산보호원, 해외 위조상품 피해가 빈발하는 주요 업종 협회·단체와 'K-브랜드 위조상품 민관 공동대응 협의회'를 출범했다.

이날 한국식품산업협회, 대한화장품협회, 한국패션산업협회,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한국음악콘텐츠협회 등 협회와 단체에서 참석했다.

해당 협의회는 최근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목인 식품, 화장품, 의류 등의 분야에서 빈발하고 있는 K-브랜드 위조상품 유통 피해에 대한 체계적 예방 및 대응을 목표로 운영하고 있다.

위조상품 단속 현장. 특허청 제공. [뉴스락] 
위조상품 단속 현장. 특허청 제공. [뉴스락] 

이를 위해 협의회는 내년부터 해외 위조상품 유통정보 수집·제공, 대응 노하우 공유, K-브랜드 보호 인식제고를 위한 교육, 해외 대리인 정보제공 등의 활동을 할 방침이다.

또 온·오프라인 침해조사, 증거수집, 행정단속, 소송제기로 이어지는 종합 지원 시스템을 만들고 가동범위도 확대한다.

특허청은 협·단체별 제품·서비스 특성을 고려해 맞춤형 K-브랜드 위조상품 대응, 업계 의견수렴 및 정책반영을 추진하고 해외 위조상품 피해가 빈발하는 업종을 대상으로 협의회 구성을 지속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현재 특허청에서는 해외 특허분쟁에 휘말린 수출기업의 구제를 돕기 위해 '2024년 특허 분쟁 대응지원사업과 K-브랜드 분쟁 대응전략 지원사업'에 참여할 기업도 모집하고 있다.

'K-브랜드분쟁 대응전략 지원사업'은 K-브랜드 보호 과정에서 발생되는 다양한 분쟁 유형들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지원사업 공고. 특허청 제공. [뉴스락] 
지원사업 공고. 특허청 제공. [뉴스락] 

특허청은 기존 특허 분쟁 대응전략 지원사업의 지원대상을 국내 중소·중견기업에서 대학·공공연구소까지 확대했다. 대학·공공연의 해외 특허에 대한 기업의 특허침해 여부를 분석하고 침해가 의심되는 경우에는 경고장, 소송, 라이선싱 체결 등 대응전략을 지원한다.

지난해에는 상표 무단선점 및 위조·형태모방에 대한 권리행사 중에 분쟁 상대방이 제기하는 심판이나 소송 등에 대해서는 지원이 어려웠으나 올해부터는 대응전략도 추가로 지원받게 된다.

두 지원사업 모두 중소·중견기업 등의 개별대응 지원뿐만 아니라 NPE 또는 표준특허 특허침해 피소, 업종단위 위조상품 유통, 상표 브로커의 상표 무단선점 등 다수 기업이 지재권분쟁 피해를 입은 경우에는 대·중·소 기업과 업종별 협·단체 등의 공동대응도 지원한다.

정인식 특허청 산업재산보호협력국장은 "특허·상표 등 해외 지재권 보호는 우리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며 "해외 지재권 분쟁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지원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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