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해양수산부 블로그.

[뉴스락 내러티브] AI(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한 지금, 아직도 전설 속 보물선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있다면 믿으시겠어요?

지난 14일 MBC 시사매거진2580에서는 울릉도 앞바다에 가라앉은 러시아전함 드미트리 돈스코이호를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방영됐습니다.

깜짝 놀랬습니다. 제가 10여년전에 두달 가까이 공들여 취재를 했던 내용이었습니다.

방송 취재진은 돈스코이호가 가라앉아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위치(좌표)를 입수하지 못했는데, 전 당시 어렵사리 입수 했었지요.

당시 동아건설 관계자를 비롯해 방송에서도 나온 울릉도 주민, 해양연구소, 해양수산부 관계자, 주식투자자 등 돈스코이호를 쫒는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했습니다.

방송을 다 본 후 당시 취재했던 자료가 남아있는지 찾아봤습니다.  중요한 취재 자료들은 모아두는 습관이 있어서 돈스코이호 자료 역시 분명히 보관하고 있을 거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두달전 서재 정리를 하면서 딸려 버려졌나봅니다. 그래도 남아있는 자료 중에 일부라도 남아 있을지 몰라 찾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만일 찾게된다면 좌표도 공개해볼까 합니다.

당시 두 달 동안 취재해놓고 정작 기사는 쓰지 못했습니다. 당시엔 민감 했었니깐요.

당시 취재한 자료가 없어 기억을 토대로만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드미트리 돈스코이호. 사진=해양환경관리공단.

먼저 러시아전함 드미트리 돈스코이호에 대해서 간단히 알아보겠습니다.

드미트리 돈스코이호는 ( 러시아어: Дмитрий Донской , Dmitri Donskoi)는 1880년대 초반 러시아 제국 해군에서 제작한 현측포 장갑함입니다.

1905년 러일전쟁 중 쓰시마 해전에서 러시아의 엄청난 군자금을 실은 돈스코이호는 일본 함선에 쫓기고 있었습니다. 돈스코이호 선원들은 격추의 수모를 겪느니 차라리 제 손으로 침몰시키고 실려 있던 금화 등 군자금을 울릉도 육지로 빼냈습니다.

돈스코이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재)국제농업개발원에서 지난 4월3일자 ‘드미트리 돈스코이호를 찾아서’ 제하의 기사에서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돈스코이호에 대한 탐사는 몇 차례에 걸쳐서 이뤄졌습니다. 처음 시도는 1981년 다이버 곽경배씨가 해양연구소에 의뢰를 해 수색 작업을 벌였지만 당시 열악한 장비로는 제대로 된 탐사가 불가능했다고 합니다.

돈스코이호의 존재가 다시 수면 위로 뜨오른 건 19년 지난 후였습니다. 2000년 12월 한국해양연구소는 다시 돈스코이호로 탐사에 나선 겁니다.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지금부터가 방송에서는 언급되지 않은 부분이기도 합니다.

당시 해양연구소 탐사 지원을 한 기업은 동아건설이었습니다. 동아건설 측은 당시 해양수산부와 국정원의 허가(?) 아래 70억원 상당의 탐사 지원을 하는 대가로 ‘돈스코이호 인양권’을 가지게 됩니다. (증빙 자료가 없어 ‘가지게 됐다고 합니다’라는 인용 표현을 쓰겠습니다. 인양권 보유는 동아건설 관계자로부터 직접 들은 내용임을 밝힙니다.)

당시 제가 인터뷰를 진행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돈스코이호의 배 값만 200억원+알파, 실린 금괴는 무려 100~150조원에 이르며 무엇보다 문화, 학술 등 무형적 가치는 돈으로도 환산할 수 없는 천문학적 수준이라고 했습니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을 맡고 있을 때이기도 합니다.

2000년은 우리 정부로서는 참 미묘한 시기였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그해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이 대통령에 취임했습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푸틴은 젊은 시절 KGB 요원으로 활동한 이력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남다른 애국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푸틴이 이국 땅에 묻힌 자랑스런 돈스코이호에 대한 애착은 남다를 수 밖에 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평화’로 점철되는 그해 돈스코이호 때문에 러시아와 자칫 ‘외교 분쟁’으로 비화될 소지가 있어 해양수산부(정부)는 결국 돈스코이호 탐사를 중지하기로 결정합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2008년 주식시장에서는 지금처럼 돈스코이호에 대한 갑론을박이 일었습니다.

제가 돈스코이호 이야기를 접한 때입니다. 당시 한국해양연구원과 동아건설 측은 돈스코이호로 추정되는 선체를 발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당시 이해수 박사는 전화인터뷰에서도 비슷하게 얘기했습니다. 이해수 박사는 “침몰선의 선미와 발코니, 152mm대포가 돈스코이호와 같고 이 해역에서 다른 군함이 침몰한 기록이 전혀 없어 돈스코이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습니다.

주식시장은 다시 보물선 얘기로 술렁거렸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돈스코이호 인양권을 가진 동아건설이 매각되면서 주식시장은 이상하게 흘러갔습니다.

동아건설이 당시 부동산개발업을 모태로 해 테크노마트 사업 등으로 급성장한 프라임그룹에 6780억원에 매각됐는데, 당시 ‘헐값 매각’ ‘보이지 않는 손’ 등 갖은 의혹이 제기된 것입니다.

물론 돈스코이호에 대해 관심을 가진 일부 투자자들만 당시 이같은 의혹이 제기된 사실을 알고 있겠지요.

제기된 의혹은 이렇습니다. 동아건설이 보유한 ‘돈스코이호 인양권’에 대한 평가는 이뤄지지 않았기때문에 헐값 매각이며, 이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이뤄졌다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조심스러운 부분이지만, 당시 프라임그룹은 프라임개발을 주축으로 경기도 일산에 한류(韓流)를 테마로 하는 문화관광단지 ‘한류우드’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동아건설 헐값 매각’과 ‘프라임그룹 한류우드 사업’에 커넥션이 작용했다는 의혹입니다.

당시 프라임그룹은 인수한 동아건설을 중심으로 한류우드 사업을 추진하려고 계획했습니다.

한류우드 사업은 프라임그룹이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인 2006년부터 추진해왔지만, 본격화되기 시작한건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입니다.

제가 당시 취재를 두달 동안하고서도 기사화하지 못했던 것이 바로 이때문입니다. ‘실체를 확인할 수 없는’ 돈스코이호를 두고 취재를 시작해 결국 ‘미스터리’로 빠져버렸습니다.

이후 아이러니하게도 프라임그룹이 부도나고 동아건설이 SM그룹에 매각되면서 이 한류우드 사업의 바톤을 이어받은 기업은 CJ그룹인데,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 중 1조4천억원이 투입되는 K컬처밸리(옛 한류우드)를 둘러싼 각종 특혜 의혹이 제기돼 이목을 끌기도 했습니다.

현재 K컬처밸리를 둘러싼 의혹은 경기도가 적법한 사업이라고 공식 발표하면서 사업 추진이 정상 궤도에 오를 전망이라고 CJ와 경기도는 밝히고 있습니다.

다시 돈스코이호로 넘어와서 최근 옛 동아건설 임원들이 주축이 돼 돈스코이호 인양에 나섰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주식시장은 다시 시끌 법적하다고 합니다.

사실 돈스코이호 미스터리는 잊을만하면 한번씩 터지곤 합니다. 실체는 드러난 것이 없지만, 과정은 팩트가 많습니다.

실제 2011년 11월 러시아 상트페테부르크 그랜드유럽호텔에서 개최된 한러 정상회담에서는 돈스코이호를 주제로 발표가 됐으며, 2013년5월10일에는 돈스코이호 학술적 조명을 다룬 세미나 자리에서 외교부, 기재부, 국방부, 한국주재 러시아 정무대사, 대학 교수 등 저명인사들이 대거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국가 차원에서, 때로는 유명 인사들까지 나서 돈스코이호를 쫓고 있으니 인생 한방을 노리는 주식시장의 이상 반응도 이해할 법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동아건설이 가진 ‘돈스코이호 인양권’은 이제 SM그룹이 가지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국가로 넘어간 걸까요? 아니면 발견한 자가 임자인 걸까요?

아무래도 문화재보호법 등 관련법에 따라 만일 돈스코이호가 발견된다면 국가로 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요. 이럴 경우 국가는 발견자 및 습득자 등에게는 유형에 따라 적절한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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