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코스피 상장사인 동아지질의 경영권 매각을 둘러싸고 재계가 술렁이고 있다. 인수 유력 후보로 거론된 기업 중 하나가 LG 방계 기업인 희성그룹 계열사 'LT삼보'였기 때문.

이에 M&A(인수합병) 시장 특성상 매각가 등 민감한 부분이 많은 탓에 동아지질 역시 즉각 대응했다. 

동아지질은 지난 17일 최대주주 지분매각설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다양한 협의를 진행 중이나 확정된 바 없으며, 특히 희성그룹 소속 계열사와는 어떠한 논의도 행한 바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여전히 의구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매각설에서 언급된 LT삼보는 LG그룹 방계 기업 희성그룹 부회장직을 맡았던 구본식 회장의 개인회사로, 지난해 매출액 1조원을 돌파하면서 업계 내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는 기업이다. 

아울러 최근 그룹 형태로 독립한 LT삼보가 LG의 방계 기업인 점, 플랜트 사업 확장을 꿈꾸는 LG 내에 유력 건설사가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일각에서는 구본식 회장이 동아지질 인수 등을 통한 LG와 희성을 등에 업고 안정적인 건설 영역 확대를 노린 원대한 계획을 갖고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고(故)구본무 LG그룹 회장, 구본준 LG그룹 부회장,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구본식 LT그룹 회장.

◆ 범LG家 숨겨진 건설사의 등장, LT삼보

LG의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장남 고(故) 구본무 회장이 1995년 LG그룹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차남 구본능 회장은 1996년 희성그룹을 맡게 됐다. 4남 구본식 회장은 당시 계열사 희성전자의 사장직을 맡았다.

전자부품 소재를 비롯해 특수 금속 등 사업을 영위해온 희성그룹은 2006년 희성전자를 앞세워 법정관리 상태에 빠져있던 토목-건축-산업환경설비 등 종합건설사 삼보이엔씨(현 LT삼보)를 인수했다.

이후 2017년 당시 구본식 사장은 삼보이엔씨의 지분 45.26%를 보유하며 2대주주가 됐다. 최대주주는 구 사장의 아들 구웅모(48.28%)씨였다. 딸 구연승, 구연진씨도 각각 3.2%와 0.3%의 지분을 보유해 구 사장 일가가 약 97%의 지분을 보유한 사실상 개인회사로 운영돼왔다. 다만 지분 보유 수치는 인수 당시 기준으로, 현재는 소량 차이가 있다.

구본식 사장은 구본능 회장 및 희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던 계열사 희성정밀, 희성금속 등의 지분도 사들여 사명의 앞글자를 LT로 변경했다. 그로부터 약 2년 만에 LT정밀, LT메탈, LT소재 등 수십여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게 된 LT그룹은 LT삼보에 지주사 역할을 맡기고 올해 1월 그룹 형태로 출범하기에 이르렀다. 

LT삼보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1536억원, 영업이익은 1873억원이다. 전년(2017년) 매출액 7594억원, 영업이익 954억원 대비 가파른 성장수치다.

LT삼보 자체만의 매출액 역시 2017년 6772억원 대비 지난해 8429억원으로 20% 이상 상승했다. 영업이익도 지난해 1749억원으로 2017년 800억원대 대비 2배 상승했다.

삼보이엔씨 시절부터 10년 이상 지속돼온 LT삼보와 희성그룹의 알짜 계열사였던 LT정밀, LT소재 등을 구본식 회장이 인수해 계열사간 시너지를 발생시켰다는 평가다.

사진=LT삼보 사옥. 홈페이지 캡쳐, 표=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2019년 03월 31일 기준/단위 : 주, %)

◆ 동아지질 인수 유력 후보부터 LG 플랜트 사업 차세대 기대주 평가까지

동아지질이 직접 LT삼보의 인수설을 부정했음에도 지난 22일 오전 9시 기준 동아지질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450원(7.53%)이나 상승한 2만700원에 거래됐다.

이는 위에서 언급한 LT삼보의 가파른 성장세와 더불어, 최근 LG그룹 및 계열사 등의 지분을 매각한 구본식 회장과 그의 가족들이 매각으로 인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동아지질 인수를 위한 실탄이 충분히 마련됐을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기대감이기도 하다.

아울러 LT삼보가 국내 대기업 중에서는 드물게 건설사를 주력으로 운영하고 있지 않은 LG의 방계 기업이라는 점 또한 견고한 입지를 보장하고 있다.

지난 2004년 LG와 GS간 분리 과정에서 LG는 LG건설(현 GS건설)을 GS에 넘기면서 이후 암묵적인 룰에 의해 건설사를 운영해오지 않았다.

LG서브원을 통해 건설부문을 소화해냈지만 그마저도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LG서브원에 대한 오너 일가 지분을 근거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지적하면서 사세가 축소됐다. 이로 인해 M&A시장에서는 지난해 MRO사업부를 매각한 뒤 건설부문만 남은 LG서브원을 LT삼보가 인수할 것이란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시점에서 2017년 LG그룹은 신성장 동력 사업으로 에너지·친환경 배터리 사업을 꼽았다. 자연스레 시선은 범LG가이자 건설업계 내 몸집을 키우고 있는 LT삼보로 쏠렸다.

재계 한 관계자는 “LG가 자동차 전장 사업 등을 위한 배터리 사업을 신성장 동력 사업으로 꼽고 국내·외 시장 영역을 넓히고 있는 가운데, 배터리 사업을 하려면 기본적인 플랜트가 받쳐줘야 한다”면서 “현재 LG그룹 내에는 이러한 규모를 감당할 만한 건설회사가 없기 때문에 자연히 방계 기업인 LT삼보에 시선이 쏠리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과거 현대차그룹은 현재 현대건설에 흡수된 현대엠코를 통해 그룹 내 공장 신설 등 플랜트 사업을 영위했으며, 신세계건설 역시 신세계그룹의 백화점 등 건설사업을 도맡고 있다.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넘겨 상승세를 달리고 있는 LT삼보가 LG의 배터리 사업 공장 설립 등 다양한 LG그룹의 신규 먹거리 사업에서 플랜트 사업을 도맡을 역량이 충분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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