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아차! 집에 가스 불을 안 끄고 나왔지.'

외출시 깜빡하고 가스렌지 불을 안 끄고 나왔을 때 당혹감과 불안감에 휩싸여 본 적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이제 더 이상 그 불안감에 떨 필요가 없을 듯하다. 4차 산업 혁명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4차 산업시대를 이끄는 대표 아이콘인 AI(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는 딥 러닝(Deep Learning: 학습을 통해 생각하는 컴퓨터)을 통해 고맙게도 알아서 불을 척척 꺼준다.

이처럼 우리는 알게 모르게 4차 산업 시대에 스며들어있다. 그리고 그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상용화 돼가고 있다.

4차 산업 기술은 단순히 IT 분야로만 한정되지 않고 개인의 의식주, 인간의 모든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IT 관련 업체가 아닌 기업들 역시 업종을 불문하고 협업과 교류를 통해 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추세다. 

특히 올해는 IT 업계 전문가들의 이종업계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우리가 빅스비, 시리에 호기심을 느끼고 있는 사이, 기업은 더 진보된 미래 먹거리 산업을 구축하기 위해 총성 없는 영입전쟁을 시작했다. 

출처=삼성 뉴스룸

◆ 현대차, 윤경림 전 KT 부사장 영입…스마트 모빌리티 강화

현대자동차는 지난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윤경림 전 KT 부사장을 영입했다. 윤 전 부사장은 현대차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사업부장(부사장) 자리에 배치됐다. 윤 부사장은 KT 내에서도 5G 이동통신 전문가로 손꼽힌 인물이다. 

현대차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사업부는 현대차의 모빌리티 사업 혁신을 이끄는 중추 조직이다. 그동안 차인규 전 부사장 등 현대차 내부 인사 중 커넥티드카 전문가를 배치해왔기 때문에 이번 외부 인사 영입은 다소 이례적인 행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특히 윤 부사장 영입은 정의선 수석부회장 체제 이후 정 부회장이 직접 인사를 단행한 사례로, 현대차가 주력하고 있는 자율주행차ㆍ커넥티드카 부문에서의 기술력을 선점하겠다는 정 부회장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때문에 윤 부사장의 영입은 정 부회장의 승부수나 다름없다. 지난해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76% 영업이익이라는 ‘역대급’ 실적 쇼크를 맞은 현대차는 지난해 말 출시한 제네시스G90과 신형 소나타, 펠리세이드 등의 판매호조로 올 1분기 영업이익 7702억원의 극적 반등을 이뤄냈다.

상승세를 이어가야 하는 시점에서 국내 이동통신사는 지난 4월 갤럭시 s10 시리즈를 통해 5G 기술을 선보였다. 현대차는 자사의 최대 무기인 자동차+통신기술 즉, 커넥티드카 산업을 ‘5G 전문가’ 윤 부사장 영입을 통해 극대화하기 위해, 지난 3월 이전부터 부지런히 준비를 해왔던 것이다.

한편, 윤 부사장은 오는 6월 11일 진행되는 아시아 최대 IT 행사 ‘CES 아시아 2019’에서 현대차가 전망하는 모빌리티의 미래를 공개하는 내용의 기조연설을 맡게 되는 등 취임 이후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출처=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 ‘순혈주의 타파’ 금융권 대표 금융지주 IT 인사 영입 활발…핀테크 강화

IT·핀테크 기술 접목이 활발한 금융권도 분야 전문가 영입에 적극적인 모습이 보이고 있다. 특히 국내 대형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이러한 변화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4월 1일자로 데이터전략본부장(전무)에 삼성전자 출신 윤진수 전 현대카드 상무를 영입했다.

윤 전무는 삼성전자, 삼성SDS,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등에서 빅데이터를 전담해 온 디지털 분야 전문가로 정평 나있다.

국민은행은 “윤 전무의 영입을 통해 신기술 대응 능력 및 데이터 분석 역량을 제고하고, 데이터 자산을 체계화해 상품과 서비스 지원 기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를 아예 ‘디지털 전환의 원년’으로 선포한 하나금융지주는 디지털 전환 특임조직인 ‘디지털랩’과 ‘데이터전략부’를 신설하고, 지난 3월 김태영 전 필립스아시아태평양 전략사업부문 대표와 이명섭 전 한화생명 경제연구원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지성규 KEB하나은행 신임 은행장까지 나서 IT 인사 영입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김태영 이사는 금융업종 여러 부문에서 깊은 실무를 쌓았고 경영정보시스템 경영학 박사로서 한화생명보험 CIO(최고정보관리자)로 활동하는 등 IT 부문에 밝다”고 말했다. 

이명섭 사외이사에 대해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한 은행업종의 이사회에 깊이를 더해줄 인재”라고 평했다. 

우리금융지주도 지난 4월 디지털 전략 총괄 컨트롤타워인 ‘ICT기획단’에 노진호 전 한글과컴퓨터 대표를 단장 겸 그룹 최고정보책임자(전무)로 임명했다.

LG CNS 상무이사, 우리FIS 전무, 한글과컴퓨터 대표이사직을 역임했던 노 전무는 우리금융의 ICT기획, 디지털 전략, 정보보호업무 등 전략을 수립·추진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토스, 카카오페이 등 기존 금융산업과는 다른 형태인 IT기반의 핀테크 산업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대형 금융기업들 역시 이러한 흐름을 따르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며 “다만 자본력을 통한 사업 확장에만 총력을 다할 것이 아닌 디지털 플랫폼 통합 등 내부 시스템부터 견고하게 다져나가야 질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유통업계도 IT 열풍’, 쿠팡 핀테크사업부문 각자대표체제 전환

소셜커머스-온라인오픈마켓 시장 규모가 갈수록 확장되고 있는 유통업계에서도 IT기술과의 융합은 ‘뜨거운 감자’다.

국내 e커머스 기업 중엔 쿠팡이 IT 인사 영입 및 자체 기술 개발에 가장 적극적이다.

쿠팡은 지난 4월 김범석 대표이사 단독체제에서 고명주, 정보람 신임 대표이사 3인 각자대표체제로 변경했다.

이중 정보람 신임 대표이사는 지난 2014년 쿠팡에 합류해 쿠팡의 페이 시스템인 ‘로켓페이’를 만든 장본인으로, 쿠팡은 관련 분야 집중 강화를 위해 쿠팡의 핀테크사업부문을 정 대표가 독자적으로 맡아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쿠팡은 전체 직원의 약 40%가 개발자로, e커머스 운영을 위한 제반 소프트웨어와 기술을 직접 만들어 ‘자급자족’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고객 쇼핑 편의를 개선한 SDP(Single Detail Page) 기술이 있다. SDP는 고객이 검색하는 상품 중 동일 상품을 자동으로 묶어 가격, 품질, 배송 등을 비교해 가장 좋은 단 하나의 상품을 단일 페이지에 살펴볼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아울러 수백만 가지의 상품의 재고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검색해내는 기술, 고객이 선호하는 카테고리 상품을 최상단에 노출시키는 위너시스템, 최적 동선으로 고객에게 제품을 배송하는 ‘로켓배송’ 물류 기술 등을 자체 개발했다.

출처=국토교통부 홈페이지

◆ HDC현대산업개발, 카카오 인사 파격 영입…IoT 적극 행보

유통뿐만 아니라 건설업계도 4차 산업 시대에 발맞춰 빠르게 대응해나가고 있다.   

지난 3월 카카오와 스마트홈 기술 개발 MOU를 맺었던 HDC현대산업개발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박성훈 전 카카오 최고전략책임자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파격 행보를 보였다.

그동안 건설업계에서 IT기술을 보유한 업체와 협업을 하는 사례는 자주 있었지만, 아예 IT 전문가를 영입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중장기적 비전으로 삼고 있는 종합 부동산 인프라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실행전략을 짜는 데 박성훈 이사가 적임자"라고 평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다소 침체 상황인 건설업계에서 돌파구이자 필수 기술로 꼽히는 IoT(사물인터넷) 분야에 현대산업개발이 적극적인 행보를 나타낼 것"으로 분석한다. 

그도 그럴것이 HDC그룹은 이미 계열사이자 건설IT 및 ICT 전문 기업인 HDC아이콘트롤스를 통해 건설산업과 IT기술 융합의 중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고 있는 상태였다.

HDC아이콘트롤스는 지난 1월 김성은 대표이사를 신규로 영입했다. 삼성전자 전략TF 차장 출신인 김성은 대표는 한양대학교 전자공학과, 동(同) 대학원 MBA 졸업을 했으며, 지난 2017년부터 HDC아이콘트롤스에 합류했다. IT 전문가 김 대표의 신임으로 HDC아이콘트롤스는 스마트 홈 사업 구축에 더욱 힘을 싣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 “거물 영입 없어도…” MOU·부서 신설 등 다양한 방법 모색

거물급 IT 인사를 영입해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기업들이 있는가 하면, 그러한 영입 없이도 각종 협업, 부서 신설 등 다양한 방법으로 변화에 대응하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

종합홈인테리어 전문기업인  한샘은 오래 전부터 각종 협업을 통해 홈 IoT 사업을 준비해오고 있다. 

한샘은 지난 2016년 LG전자와 홈 IoT 관련 MOU를 맺은 데 이어 지난해 9월부터 구글의 AI 스피커 ‘구글 홈’ 연동 서비스를 선보였다.

지난 2월 열린 코리아빌드 박람회에서 ‘2019 봄여름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발표회’를 진행, 모델하우스 내 한샘의 가구, 조명 등 곳곳에 IoT 기술을 접목시켜 이를 한샘홈 앱으로 제어하고, 구글 어시스턴트를 기반으로 음성을 제어하는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단순히 기술을 빌려오는 것뿐만 아니라 현장에 LG전자, 구글 관계자가 직접 참여해 좀 더 깊은 기술에 대한 설명을 함으로써 전문성을 제고했다.

한샘은 향후에도 홈 IoT 관련 기업과 협업의 형태로 성장해나간다는 계획이다. 현재 한샘은 고객의 생활환경을 반영한 제품 출시를 기획하고 제품 안전성을 평가하는 생활환경기술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기존 시험보증파트, 스펙개발파트에 이어 지난 2015년부터 IoT TFT를 추가 편성해 운영해왔다.

지난 1월에는 해당 부서를 정규팀인 ‘IoT 기획팀’으로 승격시켜 한샘 내부 가구 개발, 외부기업과의 공동 MOU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최근에는 신세계그룹의 IT서비스 계열사이자 간편결제 플랫폼 ‘SSG페이’를 운영하고 있는 신세계아이앤씨와 손잡고 홈 IoT 관련 상품 및 서비스의 공동개발과 기술지원, 교육과 마케팅 등 협조 내용을 담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KB금융지주는 지난 3월 LG그룹과 블록체인, AI 등 디지털 신기술 기반 공동사업 추진을 위한 MOU를 체결해 디지털 신기술을 통한 상품·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1월 AI 전문 투자자문사 ‘신한AI’를 설립하고 등기를 마쳤다. 이르면 올 상반기에 출범할 예정인 신한AI는 미국 IBM의 AI 기술인 ‘왓슨’을 활용해 전세계 1만4000개 이상의 상품과 시장의 비정형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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