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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기술유출, 왜 반복되나 ①] 지능화·고도화 되는 산업계 기술유출 사례

기사승인 2019.05.09  10:4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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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화학-SK이노베이션 공방으로 재점화된 산업계 기술유출
규제 강화됐다지만 실상은 사례 더 증가해

[뉴스락] 산업계 기술유출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기업의 보안시스템이 과거 대비 고도화 되고 있는 상황이라 더 아이러니한 대목이다.

문제는 단순히 기술유출 사례가 증가하는 흐름인 것뿐만 아니라 점차 지능화·고도화 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술유출 증가는 국내 산업을 이끄는 기업들의 재무적 손실·기술개발 위축 등 내부적 우려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대에서 우리 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가능성도 높아지게 만든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 등 유관기관에서는 각종 대책과 규제를 내세워 근절에 나서고 있지만, 이해당사자가 많아진 현 산업 시대에서 모든 유출 요소를 막아내기란 쉽지 않은 모양새다.

<뉴스락>은 기술의 발전과 동시에 고도화 되고 있는 기술유출 사례들을 살펴보고, 왜 막대한 보안비용을 투입하고도 이를 방지하기 어려운지 3탄에 걸쳐 집중 조명해봤다.

사진=KBS,TBS,KTV,SBS 방송화면 일부캡쳐(위에서 시계 방향순), 가운데 사진=특허청 제공.

◆ 미래 먹거리 ‘배터리’ 산업, 외나무다리서 만난 LG화학-SK이노베이션

가장 최근 기술유출 논란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사례는 국내 배터리산업 대기업으로 불리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공방이다.

지난달 30일 국내 1위 배터리 업체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을 ‘핵심 기술유출’ 혐의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제소했다.

LG화학은 자사 인력 유출을 통해 2차전지 핵심기술 등이 SK이노베이션으로 넘어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LG화학은 제소 보도자료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핵심 인력 76명을 빼갔고 배터리 핵심 기술을 최소 400건에서 최대 1900건까지 유출했다”면서 “이직 직원들의 입사지원 서류에 LG화학에서 수행했던 프로젝트의 내용과 참여 인력의 실명까지 적게 했다”고 주장했다.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기술유출 사건을 제소하게 된 계기는 지난해 11월 세계적인 자동차 업체 ‘폭스바겐’의 북미지역 전기차 배터리셀 공급업체 선정 과정이 주원인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당시 LG화학은 앞서 450만대 규모의 유럽 물량 주 공급업체로 이미 선정됐고 미시간주 홀랜드에 미국 공장까지 보유해 우세가 점쳐졌으나, 배터리 업계 3년차 신생 업체이자 상대적으로 후발주자로 꼽히는 SK이노베이션이 북미지역 전기차 배터리셀 공급업체로 선정되는 변수가 발생했다.

2025년까지 연간 900만대 이상의 전기차 생산 계획을 보유하고 있는 폭스바겐의 입찰을 따낸 SK이노베이션은 사실상 업계 1위 LG화학을 턱밑까지 추격하게 됐다.

LG화학과 일부 업계에서는 공급업체 선정 직후 ‘저가 출혈수주’라는 지적을 했다. 이때부터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호영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는 지난 4월 24일 ‘영업익 58% 감소’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일부 경쟁사가 공격적인 가격 경쟁을 펼치고 있다”고 날선 비판을 했다.

이튿날인 4월 25일 이명영 SK이노베이션 재무본부장은 “경쟁사가 특정사를 지칭하고 저가수주 이야기를 했는데 특별히 할 말은 없다”며 “우리 수주 전략은 기술력과 원가경쟁력”이라고 맞받아쳤다.

결국 이러한 갈등은 소송으로 번졌다. LG화학의 1차적인 목표는 ITC를 통한 수입금지다. 만약 SK이노베이션의 기술유출 혐의가 인정될 경우 SK이노베이션은 미국에 배터리셀 등의 샘플을 보낼 수 없게 되고, 자연히 폭스바겐 입찰 건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 측은 “기업의 정당한 영업활동에 대해 불필요한 문제를 제기하고, 국내 이슈를 외국에서 제기해 국익 훼손 우려가 발생한 것이 유감스럽다”면서 “투명한 공개채용 방식으로 국내·외에서 경력직원을 채용했으며 처우 개선과 미래 발전 가능성 등을 고려한 당사자 의사에 따라 진행됐다”고 전면 반박했다.

한편, LG화학이 제기한 사안은 ITC가 5월 중 조사개시 결정을 내리면 오는 2020년 상반기에 예비판결, 하반기에 최종판결이 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현대중공업의 국가 핵심기술 유출, 하청업체 덜미

현대중공업은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된 자체 개발 ‘힘센엔진(HiMSEN)’의 주요 부품 설계도면이 하청업체에 의해 외부로 유출될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해당 하청업체 대표는 최근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3월 17일, 천종호 부산지법 형사6단독 부장판사는 산업기술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과 상표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현대중공업의 하청업체 대표 A씨(45)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A씨 회사 법인에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선박 엔진 핵심 부품인 노즐과 플런저 생산을 담당하는 하청업체 대표로, 지난 2011년 현대중공업과 힘센엔진 테스트 부품 납품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이 개발한 힘센엔진은 국내 최초로 개발된 선박용 중형 디젤엔진으로, 1100억원의 연구개발비가 투입돼 현재 세계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조선 분야 7개 국가 핵심기술에 포함돼 있다.

해당 제품의 테스트 부품 개발을 위해 현대중공업은 A씨에게 힘센엔진 부품 설계도면 사본 912장을 전달했다. 이는 사용한 뒤 개발이 끝나면 폐기하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A씨는 현대중공업에 납품한 테스트 부품이 성능 불량으로 부적합 판정을 받고 2년간의 비밀유지 기간이 끝났음에도 도면을 포함한 자료 전부를 폐기하지 않고 회사 컴퓨터 등에 보관해오다가 적발됐다.

아울러 A씨는 2015년 5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일본과 독일의 유명 선박 부품과 똑같은 제품을 만든 뒤 상표와 규격 등을 레이저 마킹기로 각인해 1981개의 복제품을 제작·판매해 36차례에 걸쳐 시가 약 3억1400만원의 부당이득을 얻었다.

재판부는 A씨의 이러한 불법 행위와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받은 힘센엔진 부품 도면을 삭제하지 않은 점을 근거로 실형을 선고하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 현대차, 중소기업 기술탈취 시도, 특허청 패소…‘대기업 망신’

현대중공업의 사례처럼 부품 제작 하도급을 받은 협력업체가 기술을 유출하는 경우도 있지만, 산업구조 특성상 가장 상위에 있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현대자동차는 자사 납품업체였던 BJC의 기술을 탈취한 혐의로 지난 2월 중순 열린 특허소송 항소심에서 또다시 패소했다. 앞서 BJC는 현대차가 자사의 핵심기술을 탈취해 유사 기술을 개발했다며 특허 무효 심판 청구를 제기해 2017년 1심서 승소한 바 있다.

BJC는 지난 2004년부터 미생물을 활용해 현대차 도장 공장에서 나오는 페인트 냄새를 제거하는 제품을 납품해왔다. BJC와 특허청의 조사에 따르면 현대차는 BJC에 해당 기술자료를 요구해 받은 뒤 2015년 5월 계약을 끊은 뒤 경북대와 협력해 비슷한 기술로 특허를 등록했다.

이에 BJC는 특허 무효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2017년 1심을 맡은 특허심판원은 현대차의 기술이 새로운 것이 아니라며 BJC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역시 “선행 발명의 일부 또는 전부에 의해 진보성이 부정돼 등록이 무효”라며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한 현대차는 BJC에 피해를 배상하고 미생물제의 생산·사용중지 및 폐기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인해 현대차는 개정된 부정경쟁방지법 시행 이후 기술·아이디어 탈취와 관련해 첫 번째 위반 기업이라는 오명을 얻게 됐다. 지난해 4월 이른바 ‘기술·아아디어 탈취 금지법’은 거래과정에서의 아이디어나 포함된 정보를 부정하게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으로 개정된 바 있다.

한편, BJC는 지난해 1월 특허소송과 같은 내용으로 현대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민사소송에서 패소한 뒤 항소심을 준비 중인 가운데, 이번 특허소송 2심 판결이 민사소송 항소심에 일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13년부터 2018년 8월까지 최근 6년간 산업기술 해외유출 및 시도 적발건수가 152건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국가핵심기술의 해외유출 및 시도 적발건수는 전년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실 제공

◆ 기술유출, 갈수록 지능화·고도화…‘강화 규제 실효성 적어’

이처럼 기술유출에 관한 법률은 해마다 강화되고 있고, 그에 따른 심각성 인지 또한 높아지는 흐름이지만 정작 효과가 실제로 있었는지는 미지수다.

지난달 30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발표한 ‘산업 기술유출 방지를 위한 기술·규모별 보안관리 및 기술유출 대응방안 연구’ 보고서 내 2016년 경찰청 기술유출 검거 통계에 따르면, 2008년 72건, 2009년 46건, 2010년 40건에 불과했던 기술유출 적발 건수는 2011년 84건, 2012년 140건, 2013년 97건, 2014년 111건, 2015년 98건, 2016년 114건으로 해마다 평균 100건을 웃도는 횟수로 증가했다.

기술유출 피해경험이 있는 중소기업 수 역시 2017년 3.8%로 전년인 2016년 3.5% 대비 상승했으며, 피해 중소기업의 기술유출로 인한 2017년 총 피해금액은 1022억원으로 조사됐다. 평균 피해금액은 건당 13.1억원이다.

2015년부터 2017년 사이 통계에 따르면 기술유출 자료 종류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 것은 생산 중인 제품이었으며, 설계 도면이 그 뒤를 이으며 급증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자료들은 최근 대부분 디지털 문서 형태로 관리되고 있어 대개 사이버 공격으로 유출됐다.

동기간 조사 결과 기술유출 및 탈취 피해 유형은 ‘경쟁사로의 기술유출’이 42.0%로 가장 많았으며, ‘기술인력 빼가기’가 27.3%, ‘내부직원의 기술유출’이 25.0%, ‘거래관계에서의 기술유출’이 23.9%로 뒤를 이었다. 모두 앞서 언급한 기술유출 논란 유형에 속한다.

국가 핵심기술의 국외 유출 건수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국가정보원으로부터 제공받은 ‘산업기술유출 현황 및 적발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8년 8월까지 산업기술의 해외유출 및 시도 적발 건수는 152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같은 기간 국가 핵심기술 해외유출 및 시도 적발 건수는 23건이었으며, 이중 2018년 들어 8월까지 4건이 적발돼 직전 년도인 2017년의 3건을 넘어섰다.

이처럼 국내·외 산업 기술유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산업통상자원부는 올 1월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국가정보원 등과 ‘국가핵심기술보호 강화 전략회의’를 진행했다.

이를 토대로 산업부는 ‘산업기술 유출 근절대책’을 발표, 신고체계 강화,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처벌 수위 강화를 모색하고자 했으나, 갈수록 다양화·지능화 되는 기술유출 사례로 인해 사건이 복잡해지면서 업계에서는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김재민 기자 koreaincap@daum.net

<저작권자 © 뉴스락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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