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국가 재난으로 선포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중국발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수도권 지역엔 이달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됐다. 지난 6일 기준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와 수치는 각각 204㎍/㎥, 327㎍/㎥을 기록했다. 그야말로 ‘역대급’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6년 ‘미세먼지 특별대책 세부이행계획’을 발표하고 오는 2020년까지 5조원을 투입해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펼쳐나가고 있다.

미세먼지 문제는 이제 일상 생활뿐만 아니라 산업 현장 곳곳에서도 이상 증세를 야기하고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철강, 조선, 자동차 등 제조 분야의 경우 공정 과정에서의 불량률이 높아지고, 설비 오작동 등의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

반면 미세먼지로 인해 특수를 누리는 분야도 있다. 소형가전업체를 비롯 제약, 환경, 보험 등 미세먼지로 인한 건강 관련 상품과 제품을 내놓으며 매출 상승 효과를 보고 있다.

<뉴스락>은 미세먼지로 인해 울고 웃는 산업 분야를 정리해본다.

수도권에 일주일째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는 등 고농도 미세먼지가 연일 기승을 부리면서 5G망 구축 현장에서도 미세먼지 공습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SK텔레콤 네트워크 직원이 명동 한 빌딩에서 5G 기지국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사진=SK텔레콤 제공
미세먼지 대응 월 평균 지출(위), 미세먼지로 인한 경제적 비용 추정(아래). 자료=현대경제연구원

◇미세먼지 직격탄…공장·백화점·대형마트·건설업계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외부 작업을 아예 할 수가 없어요. 그렇다보니 회사 입장에서는 공기 맞추기에 급급하거나, 근로자는 줄어든 근로시간만큼 월급이 줄어 울상입니다. 결국 미세먼지로 인해 이래저래 모두에게 나쁜 상황입니다."

건설플랜트 현장 관계자의 말이다.

요몇년새 부쩍 심해진 미세먼지는 국민의 건강뿐 아니라 경제활동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18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세먼지로 인한 경제적 비용은 4조 23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0.2% 수준이다. 미세먼지주의보가 발령된 하루간 손실은 1586억원으로 추정된다.

또한 지난해 미세먼지 대응을 위한 지출액은 가구당 월 평균 21225원으로 이는 전체 소비지출의 0.83%에 달한다.

항공, 반도체, 통신, 디스플레이, 자동차, 화학, 건설플랜트 등 국가 기간 산업을 포함해 공정 과정이 필수적인 산업에서의 손실도 심각하다. 대부분 기업들은 미세먼지를 막기 위해 각종 저감장치 등 설비증강 비용도 추가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동차, 조선, 건설플랜트 등 공정 작업이 필수인 분야의 경우에 미세먼지가 심한 경우 아예 작업을 하지 못해 입는 손실은 이루 말할 수 없다.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반도체 출하 증감 현황은 전월 대비 11.4%, 전년 동월 대비 10.6% 감소했다. 미세먼지가 반도체 공장 가동에 적잖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미세먼지 저감설비증강에 팔을 걷어붙인 기업들도 있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다.

포스코는 2021년까지 친환경 설비에 1조 700억원을 투자해 2022년까지 대기오염 물질을 35%까지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포스코가 신성장동력으로 발표한 리튬 부문 사업 투자액의 3배를 웃도는 금액이다.

현대제철 또한 2020년까지 당진제철소에 4600억원을 투자해 대기오염방지시설 효율 및 개선을 위해 녹지대 조성, 공정 개선 등을 진행해 대기오염 물질 40%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세먼지로 인한 야외활동 감소는 소비 위축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2017년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할때마다 대형소매점 판매액은 2%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와 백화점들은 이같은 우려 때문인지 공기청정기, 기능성에어컨, 물티슈, 황사마스크 등 미세먼지 대비 상품들의 물량을 늘리는 한편, 이와 관련한 이벤트를 잇달아 준비 중이다.

건설현장 또한 울상이다.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소음, 분진 등에 미세먼지가 더해져 피해가 커지고 있고, 재건축 현장 또한 석면과 미세먼지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에 정부 당국이 ‘작업 중단 조치’를 내리며 불끄기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환경부는 지난 2월 미세먼지특별법 시행을 발표해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생할 시 전국 3만 6000개 가량 건설현장의 작업 시간을 조정 및 변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국의 통상적인 토목·건축 현장의 수가 60만개 가량인 점을 감암하면 6% 가량만 작업 시간을 조정 받게 된다. 6%를 제외한 나머지 현장은 미세먼지 수치에 관련 없이 작업 진행이 가능하다.

때문에 당국이 건축 현장에서 주변 피해를 가중시키는 미세먼지와 관련해 ‘면피성’ 정책을 펴고 있다는 지적이다. 

(좌) 2019년 1월 상품군별 온라인쇼핑 거래액. 자료=통계청 / (우)온라인 쇼핑 거래액 동향. 자료=통계청

◇미세먼지 반사이익?…공기청정기·홈쇼핑은 ‘호재’, 보험·제약은 ‘기회’

아이러니하게도 '미세먼지 특수'를 누리는 기업들도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자상거래 부문에 있어 가구·전자제품의 판매가 10.8% 증가했다. 미세먼지로 인해 냉방용품, 공기청정기 등의 판매액이 지난해 12.1% 늘어난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미세먼지하면 가장 먼저 생각하는 관련 제품인 공기청정기, 마스크 등은 수혜업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공기청정기 업체들이 중국으로 진출하는 상황까지 이어지고 있다.

티몬의 경우 대용량 마스크와 컵밥류의 매출이 급상승했다. KF인증 마스크는 전년 동기 대비 4890%의 매출 상승을 기록했고, 컵밥 등 레토르트 식품 매출은 175% 상승했다. 미세먼지로 인해 외출을 자제하게 돼 집에서 간편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외출을 자제하는 성향 탓에 온라인 마켓, 홈쇼핑 등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었다. 미세먼지 수치와 관련해 대형소매점 판매액이 감소하는 것과 대비된 반사이익으로 풀이된다.

파생적으로 쇼셜업체들도 특수를 누리고 있다. 미세먼지로 인한 외출 자제가 이어지다보니 직접 쇼핑이 아닌 온라인 쇼핑 매출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세먼지 관련 상품들이 매출 상승 견인을 톡톡히 하고 있다.

미세먼지로 뒤덮인 서울 하늘. 사진=서종규 기자

호재를 맞은 사업 부문이 있는가 하면 기회를 엿보는 사업도 있다. 생보사와 손보사를 비롯한 보험사들은 미세먼지로 야기될 수 있는 질병들과 관련한 상품들을 잇달아 출시하며 특수를 노리고 있다.

DB손해보험은 ‘미세먼지질병수술비’를 보통약관으로 하는 상품을 출시했고, 교보생명과 현대해상은 미세먼지와 관련한 질병을 보장하는 어린이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미세먼지 논란을 기회로 여기는 시선이 많다. 미세먼지로 인한 질병 등이 장기적으로 보험상품 약간과 출시 등에 영향을 끼쳐 보험 소비자의 수요를 변화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제약업계 또한 특수를 노리고 있다. 실제 올 들어 마스크 등 미세먼지 관련 약품, 상품들의 판매가 급증한 탓이다.

업계에 따르면 동국제약의 황사마스크는 지난 1월과 2월 두달간의 판매량으로도 이미 지난해 연간 매출을 달성했다. 외출에 있어 마스크가 이른바 '필수템'으로 여겨지는 것과 관련한 특수다.

황사마스크 뿐만 아니다. 미세먼지 문제가 크게 대두되기 시작한 2016년 이후 제약사들이 잇달아 출시한 진해거담제, 안구 세정제, 코 세척제 등의 매출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미세먼지가 1급 발암물질인 것으로 밝혀진 만큼 국민의 건강에 대한 관심도 또한 증가했다. 미세먼지 대응상품의 매출 증가는 이와 관련한 제약업계의 마케팅 전략의 결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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