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이재용 부회장의 어깨가 무겁다. 두 선대 회장에 이어 3대째  경영권을 이어받았지만, 갖은 풍파에 권좌를 지켜내기가 녹록치 않기 때문. 

아버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재 속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지루한 법적 공방을 이어온 이 부회장은 사실상 그룹의 오너 경영인으로서 '선택과 집중'을 해왔다. 

삼성은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후 숨가쁜 변화를 맞고 있다.  화학ㆍ방산 계열사를 한화와 롯데에 잇따라 매각했으며, 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시켰다. 

당시 분분했다. 그 중 이재용 시대를 맞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마치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려는 듯'했다. 실제 이 과정에서 삼성의 상징인 미래전략실이 해체됐으며, 선대 회장을 모셨던 임원들이 줄줄이 옷을 벗었다. 

이를 통해 삼성은 새로운 기회를 선택 할 수 있었다. 앞서 매각한 실탄으로 반도체와 휴대폰 등에 과도 집중된 삼성전자를 자동차전장사업 진출을 통한 업그레이드 시켰다. 

국내 기업으로서는 해외 M&A 시장 최대 규모인 9조3800억원에 미국 전장전문기업 하만을 전격 인수했다. 

뿐만 아니라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통한 바이오시장 진출를 꾀했다. 

이러한 변화의 행보가 '순환출자고리 및 지배구조' 개선 등 정부 압박에 등떠밀려 마지못해 한 것처럼 비춰질 여지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삼성의 임계점을 또한번 뛰어넘으려는 이재용 부회장의 분연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 이재용 부회장의 현재 상황, ‘최순실 게이트’ 최악의 시나리오 가능성도

현재 이재용 부회장은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법원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다.

이 부회장은 2017년 2월 법정 구속된 후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지만 2심 재판부가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출연 등 일부 혐의가 무죄로 인정해 지난해 2월 극적으로 석방됐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을 두고 ‘최악의 시나리오’의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 부회장의 사건을 대법원이 파기환송하거나 재해석해 유죄로 판결할 가능성이다.

이러한 우려 속 이 부회장은 남북정상회담 등 굵직한 행사에 대통령과 대동하며 주목을 받았다. 삼성은 지난해 8월 3년간 4만명을 신규 채용하고 새로운 성장산업에 18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는 등 정부에 화답하는 행보도 보였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의혹을 분식회계로 결론지었고, 검찰 수사는 물론이거니와 금융당국과의 정면대결이 예정돼 있는 상황이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가 이 부회장으로의 경영승계와 밀접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만큼 검찰의 수사가 대법원 판결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삼성은 2017년 2월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을 해체함으로써 그룹 쇄신을 꾀했다. 미전실이 ‘장충기 문자’와 뇌물공여 등 그룹을 둘러싼 비리의 중심에 있었다는 의혹을 받은 것에 대한 삼성의 결단으로 해석됐다.

미전실 해체 후 오너일가가 다수 지분을 보유한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제2의 미전실을 꾸릴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지만 삼성과 이 부회장이 당국의 압박에 관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계열사 '합종연횡'으로 헤쳐모여…전장사업과 바이오·AI '선택'

2014년 이건희 회장이 갑작스레 와병으로 쓰러진 후 이 부회장은 본격적인 그룹 ‘군살빼기’에 나섰다. 재계 1위 삼성호의 선장이 된 이재용 부회장이 쏘아 올린 공이었다. 

2015년 삼성은 삼성테크원을 비롯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 4개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한데 이어 삼성SDI 케미칼 사업부와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을 롯데그룹에 매각했다.

또한 이 부회장은 2016년 그룹 내 자금원으로 통하는 삼성SDS 주식 일부를 매각하고, 상속과 지주사 전환의 핵으로 여겨지는 삼성물산 지분을 대거 취득했다.

이 부회장은 계열사 개편과 함께 조직 슬림화에도 박차를 가했다. 실제 2016년 말 기준 삼성그룹 전체 임직원 수는 전년 대비 1만명 가량 줄었다.

이러한 가운데 이 부회장이 주력 사업인 반도체, AI, 바이오, 전장부품 등에 주력하는 한편 건설ㆍ패션 등 비주력 사업을 청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부회장의 여동생인 이서현 전 사장이 삼성물산 패션부문을 떠난 것 또한 이같은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이 전 사장이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해 삼성 지배구조 변화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삼성은 인공지능(AI), 5G 이동통신, 바이오, 전장부품 등 4대 신성장동력을 발표하고, 이들 4개 사업에 2020년까지 25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삼성이 이른바 ‘미래먹거리’ 사업 계획을 공개한 것은 2010년 이후 8년 만이다. 이는 삼성이 4대 신장동력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반면 지난해 3분기까지 적자를 기록한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매각설은 끊이지 않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사업은 2015년 이서현 전 사장 취임 후 부진을 면치 못했다.

2016년 매출 1조 8340억원, 영업손실 452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2017년 매출 1조 7495억원, 영업이익 326억원으로 흑자전환했지만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1조 2649억원에 12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다시 흑자로 전환하며 매각설 보다는 적자 사업 축소로 ‘군살빼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이 전 사장이 회사를 떠난 후 남성복 1·2부 사업부를 통합하는 등 사업을 정리하고 임원 수도 줄였다.

또한 ‘네추럴 나인’ 등 법인 해산을 결정하는 등 조직 슬림화에 나섰다. ‘네추럴 나인’은 2012년 삼성물산이 YG엔터테인먼트와 합작해 선보인 회사로 2014년 브랜드 ‘노나곤’을 론칭하며 이목을 끌었지만 연일 적자를 기록했다.

이 전 사장 퇴임 후 매각설에 불이 지펴졌지만 4분기 실적 반등과 사업 축소로 패션부문 매각설이 점차 가라앉는 분위기다.

◇3세 경영 본격화 후 계열사 줄매각…지배구조개선+실탄마련 등 일타쌍피 노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3세 경영을 본격화 하고부터 줄곧 박차를 가해온 그룹 ‘군살빼기’가 상속세 납부를 위한 ‘실탄’ 마련 차원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 부회장은 1996년 이 회장으로부터 60억 8000만원 가량을 종잣돈을 물려받았다. 승계에 있어 ‘실탄’을 종잣돈으로 확보했지만 이 회장 사망 후 삼성그룹 지배 지분을 물려받을 경우 추산되는 상속세는 수조원 가량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경영승계에 있어 이재용 부회장이 상속세를 모두 내는 정공법을 택하는 것이 가장 최선”이라면서 “하지만 삼성전자 주식의 경우 천문학적인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법의 테두리를 피하려 할 경우 당국의 타킷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삼성바이오 사태 등 당국과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고, 대법원 판결을 앞둔 만큼 승계 마무리 작업에 있어 이 부회장의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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