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암 환자들과 그 가족들이 길거리로 나섰다. 삼성생명을 비롯한 국내 주요 생명보험사(이하 보험사)들이 정의조차 내리기 어려운 조항(단어)을 넣어 보험금 지급을 하지 않으려 꼼수를 부린다는 성토다. 

암 환자의 권익을 찾기 위해 지난해 11월 결성된 '암 환우 모임 위원회'(위원장 최철규 · 이하 보암모)는 현재 회원수만 1000여명에 이른다.

보암모는 보험사들이 2014년 4월 이후부터 ‘직접치료’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이에 해당하지 않는 '요양병원 입원'에 대해선 입원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단체는 질병 입원 수당과 암 입원 수당의 지급사유가 같지만 유독 암 입원에 대해선 요양병원 입원 수당을 지급하지 않기 위한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통상 암 입원 수당이 질병 입원 수당보다 10배 가량 높아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을 꺼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암모는 요양병원에서 암 환자들이  항암치료를 받는 과정에서의 준비 과정과 회복 과정 모두 입원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정부 당국이 중재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아리송한 조항 만큼이나 반쪽짜리 중재라는 지적이다. 

환자들이 요양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모습(좌), 요양병원 증가 추이(우) / 사진=방송일부화면 캡쳐, 자료=보건복지부 제공

◇ 보암모 "직접치료는 정의할 수 없는 말"..."결국 보험사들의 꼼수다"

보암모는 2014년 4월 이후 보험사들이 직접치료라는 허위 개념을 만들어 이를 빌미삼아 보험금 지급을 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실제 34개 보험사 중 27개사는 ‘암 치료를 직접목적’이라는 지급요건에서 ‘암의 직접적인 치료’라는 요건으로 변경했다.

2014년 4월 보험사가 일제히 약관을 변경한 것은 금감원이 그해 3월 발표한 보험제도 개선책의 일환인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금감원은 “‘암 치료를 직접목적’이라는 문구에 대한 해석이 분분했다”며 “암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암과 관련한 직접적인 치료라는 것을 명확히 하기 위해 약관을 변경한 것”이라고 밝혔다.

2014년 이전 암 보험 상품 약관에는 '직접치료'라는 말이 기재돼 있지 않았다. ‘직접목적’이라는 말이 명시돼 있기는 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정확한 정의는 내려져 있지 않았다.

때문에 명확하지 않은 정의로 인해 보험 분쟁은 늘 발생했다. 

최철규 위원장은 “입원, 수술의 경우 약관에 정확한 정의가 내려져 있는 반면 직접치료는 약관에 명시돼 있지 않을 뿐더러 정의 또한 내려져 있지 않다”며 “결국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보험사에서 말하는 직접목적은 직접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것인데 이같은 주장이 성립되기 위해선 직접치료의 정의가 약관에 명시돼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보암모는 "암 치료를 목적으로 한 요양병원 입원시 입원 수당 지급은 당연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요양병원이란 의사 또는 한의사 등이 의료를 행하는 곳으로 요양환자 30인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의료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설립된 의료기관을 말한다.

현재 보험사들은 질병 입원에 대한 지급사유와 암 입원에 대한 지급사유가 같지만, 암 환자의 요양병원 입원에 대해선 ‘직접치료’를 근거로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아울러 의료법 3조3항에 따르면 요양병원을 의료기관으로 분류하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요양병원을 비롯 요양시설 등 유사 개념의 기관 및 시설에 환자들이 혼재돼 있어 '요양병원'에 대해서도 명확한 정의와 범주 확대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 위원장은 “보험사의 주장은 암 환자가 암 치료를 받다가 죽는다면 그것은 치료의 효과를 보지 못했기에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며 “치료의 효과가 쟁점이 아니며 직접치료라는 정의할 수 없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최 위원장은 “보험사들이 질병에 대한 입원 수당은 지급하면서도 암 입원 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려는 근본적인 이유는 결국 통상 10배 가량 차이 나는 높은 보험금의 부담 때문이지 않겠느냐”고 의문 제기했다. 

◇ 암 환자 '감소' 사망률은 여전히 '1위'...수익 보존을 위한 보험사들의 꼼수

고령화 시대로 접어든 우리나라는 암 발생률이 2014년을 기점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암 사망률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식습관의 개선과 의학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암은 여전히 우리나라 사망 원인 1위로 집계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암발생률 및 사망원인 통계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암 환자 수는 21만여명이며, 사망자 수는 8만여명에 달한다.

이같은 통계에서 보험사들의 괴리를 읽을 수 있다. 보험은 우발적이거나 미래 불확실한 사고에 대한 위험을 최소화시키거나 지켜주는 최후 보루 역할을 함에도 상품을 파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이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때문에 보험사들은 업종 간 경쟁 심화 속 다양한 보험 상품 개발과 최소 보험금 지급 등을 통해 수익 극대화를 꾀한다. 

우리나라 암 환자 수가 감소 추세에 있지만 여전히 사망률은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암 치료를 목적에 둔 의료기관의 종류가 늘어나고 치료 기술 또한 다양·다변화 돼 보험사들이 지급해야 할 보험금도 증가하고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수익이 줄어드는 셈이니 분쟁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암보험 민원은 2013년 55건에서 2017년 209건으로 4배 폭증했다.

이에 금감원도 최근 들어 적극적인 모습을 취하고 있다. 

지난 9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금융감독혁신과제'를 발표하며 사회적 관심이 높은 민원·분쟁 현안 중 암보험을 그 하나로 지목했다.

이 자리에서 윤 원장은 "암 보험금 지급에 대해 보험사들이 적극적으로 검토하도록 하겠다"며 "부당한 보험금 미지급 사례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과거에는 요양병원이 많이 없었을 뿐더러 입원하는 환자도 많이 없었다”며 “인식의 변화로 가정에서 돌봄을 받기 보다는 요양병원 입원률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보험사들이 암 보험 상품을 기획할 시 상품의 본질을 깊게 분석하지 않고 마케팅에 중점을 둔 것이 이러한 허점의 원인”이라며 “사례를 바탕으로 약관을 명확히 해 분쟁을 종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요양병원에서 받는 치료를 일반병원에서도 받을 수 있지만 일부 병원에서 암 환자의 수술 등을 마치고 나면 퇴원을 강요당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같은 경우에 환자들은 요양병원으로 가게 되고 입원 수당을 받지 못한다"고 귀띔했다.

◇ 보험사도 정의하지 못하는 ‘직접치료’의 개념…사법부도 '오락가락'

<뉴스락>은 보험사들에게 '직접치료'와 '직접목적'의 정확한 정의에 대해 직접 물어봤다.

업계 1위의 삼성생명 관계자는 “직접목적의 기준은 사안마다 다를 수 있다”며 “심사영역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계자는 “2008년 대법원 판례도 있으며 요양병원에서의 치료는 암에 대한 직접치료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현재 해당 민원에 대해 살피는 중”이라고 말했다.

약관에 직접치료라는 정의가 돼 있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2014년 기준을 더 명확히 하기 위해 약관을 변경한 것”이라며 “약관의 오류에 대한 지적은 이 사안과는 또 다른 문제일 수 있다”고 말했다.

KDB생명 관계자는 “말기암 환자의 입원인 경우, 항암치료 중 입원인 경우, 악성종양절제 이후 입원인 경우는 암에 대한 직접적인 치료로 인정해 입원비 지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하나생명 관계자는 “정확한 정의는 내릴 수 없지만 통상 업계에서 종양 제거, 항암치료 등을 직접치료로 본다”며 “하나생명의 경우 항암치료를 1번 받았을 경우 요양병원 7일 입원까지 수당을 지급하며 말기 암 환자의 경우 항암치료의 여부와 관계 없이 요양병원 입원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2014년 이전에 애매한 부분이 있었기에 이후 약관이 개정된 것"이라며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의료기술 등의 발달로 해석이 모호해지는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금감원에서 개정안을 확정하면 보다 명확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상품과 사안에 따라 다른 부분에 보험사들 조차 직접치료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사법부의 태도도 불분명해 암 환자와 그 가족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2008년 대법원 판례(2008다13777)에 따르면 보험사가 직접치료의 범위에 대해 소비자에게 약관 명시의무와 설명의무를 불이행했지만 직접치료의 범위는 상식적인 범주라 판단했다.

반면 2016년 대법원 판례(2016다230164)에 따르면 “항암 치료나 수술로 인한 후유증을 치료하고 면역력 등 신체 기능을 회복하는 입원은 항암치료를 받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요양병원 입원비를 지급해야 한다”며 소비자의 일부 승소를 인정했다.

2016년 재판부는 소비자의 일부 승소를 판결했지만, 암 환자들은 해당 판례 또한 쟁점을 정확히 짚어내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보암모는 “직접치료는 정의할 수 없는 허구적인 말이지만, 2016년 판례는 결국 직접치료를 인정하는 꼴”이라며 “해당 판례는 분쟁의 쟁점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2016년 삼성생명 실버암보험4.0(갱신형, 무배당) 약관. 사진=삼성생명

◇ 권고안 발표에도 ‘반쪽자리’ 비난 여전

논란이 지속되자 금융감독원이 중재에 나섰다.

금감원은 지난달 △말기암 환자의 경우 △항암 치료 중 입원인 경우 △악성종양 절제 직후 입원인 경우에 한하여 요양병원 입원비 지급을 검토하라는 권고안을 보험사에 전달했다.

이에 삼성생명을 비롯해 교보생명, 한화생명 등이 금감원이 권고한 해당 사항에 대해 요양병원 입원비를 지급하고 있지만 암 환자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보암모는 “이미 항암치료 기간 중에는 보험사가 입원비를 지급해 왔다”며 “암 환자들의 주장은 항암, 수술 등의 치료 기간 뿐만 아니라 면역력 증진과 회복 기간 까지의 입원 수당을 지급하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금감원은 직접치료에 항암치료 등을 명시하는 한편 요양병원은 특약으로 따로 보장하는 방향의 약관 개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또한 암환자들은 직접치료라는 말 자체를 인정하는 것이라 비판한다. 뿐만 아니라 개정 이후 가입하는 소비자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에 기존 가입자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금감원 관계자는 “대법원 판례들을 바탕으로 직접치료에 해당하는 범위를 어디까지 포함시킬 것인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사진=암환우희망연대

◇ 보암모, 감사원에 금감원 감사 청구…“담당자 고소·고발 및 집단소송 검토 중”

보암모는 지난 5월 감사원에 금감원 감사를 청구했다.  해당 부서 임직원들의 직무유기에대해서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다.

또한 공정위에도 해당 보험사들의 약관의 불공정성 여부를 묻기 위한 제소를 준비 중이며 각 보험사 담당자와 금감원 담당자에 대한 고소·고발과 집단 소송 또한 검토 중이다.

보암모는 “보험사들의 부지급 횡포 사태가 일괄지급으로 해결될 때까지 회원들은 정기적으로 민원 제출 일을 특정해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의 권고안과 약관 개선이 암 환자들에게 미봉책이라는 지적을 받는 만큼 해당 분쟁에 있어 공정위의 역할에 이목이 쏠린다.

이와 관련 공정위 약관심사과 관계자는 “보험 약관의 전반적인 조사 계획에 대해 내부 검토 중"이라며 "현재 쟁점이 되는 부분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감원의 조치가 들어간다면 이중규제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 당국 간의 협의를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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